순찰과 경비를 책임지는 자율주행 'AI 로봇캅'과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 형태와 목적은 다르지만, 두 미래 로봇의 등장은 대한민국 산업계에 거대한 기회이자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로봇을 별개의 산업으로 보고 분절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외형은 달라도 두뇌, 신경망, 동력원 등 핵심 부품을 상당수 공유하는 '기술적 쌍둥이'이기 때문이다.
미래 로봇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완제품 개발을 넘어, 두 로봇을 아우르는 핵심 부품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육성하는 '원-팀(One-Team)'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다른 임무, 같은 부품…'로봇캅'과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교집합
'로봇캅'은 바퀴나 궤도를 이용해 특정 임무(순찰, 감시)에 최적화된 '기능 중심' 로봇이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이족보행을 기반으로 인간의 작업 환경에 투입되는 '형태 중심'의 범용 로봇이다.
그러나 이들의 심장부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로봇 모두 연산을 처리하는 AI 두뇌(CPU), 사물을 인식하는 카메라, 움직임을 만드는 모터,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을 공유한다. 이는 수출입 시 적용되는 HS Code(수출입상품분류코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순찰 로봇에 들어가는 카메라와 휴머노이드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모두 HS Code 제8525.89호로 분류된다"며 "결국 로봇의 형태가 아니라 부품의 '기능'이 기준이므로, 핵심 부품 기술력만 확보하면 로봇캅과 휴머노이드 시장 모두를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HS Code로 본 '같음'과 '다름'…종합 지원이 필요한 이유
두 로봇의 부품 HS Code를 비교하면, 왜 종합적인 산업 육성이 필요한지 명확해진다.
구분 |
핵심 부품 |
HS Code (예상) |
비고 |
두뇌 |
중앙 처리 장치 (CPU) |
제8471.50호 |
공통 |
시각 |
디지털 카메라 |
제8525.89호 |
공통 |
구동 |
직류전동기 (모터) |
제8501.31호 |
공통 |
전원 |
리튬이온 축전지 |
제8507.60호 |
공통 |
통신 |
통신 모듈 |
제8517.62호 |
공통 |
측정 |
거리측정기 (라이다 등) |
제9015.10호 |
공통 |
특화 |
균형 센서 (IMU) |
제9031.80호 |
휴먼노이드 |
특화 |
정교한 손 (End Effector) |
제8479.90호 |
휴먼노이드 |
표에서 보듯, 두 로봇은 두뇌, 시각, 동력 등 절대다수의 핵심 부품을 공유한다. 차이점은 이족보행을 위한 **균형 센서(IMU)**나 정교한 작업을 위한 손(End Effector) 등 휴머노이드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일부 부품에서만 나타난다.
이는 곧 공통 부품에 대한 R&D 투자와 생산 기반 강화가 두 로봇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시사한다. '로봇캅 부품 산업', '휴머노이드 부품 산업'을 따로 육성하는 것은 막대한 비효율과 중복 투자를 낳을 뿐이다.
◆ '부품 생태계 원-팀' 전략으로 글로벌 리더십 확보해야
미래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로봇캅과 휴머노이드를 아우르는 '핵심 부품 산업'이라는 단일 생태계 관점에서 종합적인 수출입 육성 및 지원 전략을 펼쳐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는 ▲공통 및 특화 부품에 대한 명확한 HS Code 가이드라인 제시 ▲핵심 공통 부품 R&D 집중 투자 ▲통관 절차 간소화 및 관세 혜택 등 '부품 동맹'을 강화할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정 로봇의 완제품에만 집중하는 단기적 시각에서 벗어나, 그 근간을 이루는 부품 생태계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 때, 대한민국은 다가올 '1인 1로봇 시대'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 Gold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