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 제도가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암기 위주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AI 기반 서술·논술 평가'와 'AI 면접'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도입을 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 AI, 학생의 깊이 있는 사고력을 측정하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AI를 활용한 서술·논술 평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정해진 답을 찾는 능력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표현력과 같은 잠재력을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AI 기반 평가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교육청 관계자는 "AI 시스템을 통해 학생의 역량을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는 점수 경쟁을 지양하고 학생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교육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 AI 면접, 새로운 인재 선발 방식으로 부상
대학가에서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 AI 면접을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AI 면접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교육 컨설팅 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AI 면접이 '긴장을 많이 하는 수험생'이나 'AI 기술에 익숙한 학생'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입시 준비 과정에서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공정성' 확보가 최대 과제… 기대와 우려 공존
AI 기반 입시 제도의 가장 큰 목표는 '공정성' 확보다. AI를 통해 인간 평가자가 가질 수 있는 주관적 편견을 최소화하고,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시스템이 가진 데이터 편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입시 제도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이 여전한 만큼,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철저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 안정적 정착 위한 정책 지원 시급… 구체적 방안은?
새로운 입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우선 신뢰도 높은 공공 AI 평가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한,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검증하고 감독할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고, 명확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기술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선 학교 현장을 위한 지원도 필수적이다. 교사들이 새로운 평가 방식에 맞춰 교수법을 혁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관련 교육과정을 개발·보급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 미래 교육, 거대한 전환의 시작
교육계 한 전문가는 "AI 기술 도입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강력한 도구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발맞춰 교사의 교수법과 교육과정 전반을 재설계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